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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책과 함께 한 여름

책과 함께 한 여름 정말 더운 여름이었다. 여름 나기를 무척 힘들어한다. 추위는 옷을 입으면 되는데, 여름은 답이 없다. 이렇게 더울 때 집안에서 에어컨 쐬고 시원하게 보내는 게 제일 좋지만, 그렇게 마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나름 고민을 했다. 그러다 근처에 공유 오피스를 알게 되었다. 잘 됐다, 싶어서 회사원 된 것 마냥 매일 오피스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편안한 의자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잠깐씩 낮잠도 잤다. 확실히 마냥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 작지만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드는 것도 좋지. 8월은 책과 함께 꽤 열심히 살았던 한 달이었다. 올 초부터 시작했던 독서모임을 계속 이어오며 책에 대한 욕심이 날로 ..

22년 7월. 생각하다. 사색하다.

7월의 시작도 여행. 날이 참 좋았다. 아직 가을도 안 됐는데 이렇게 하늘이 이쁠까. 철원으로 향하는 내내 쾌청한 하늘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이 쉽사리 나지 않을 땐 주로 서울의 윗 쪽으로 향하는 편이다. 북한 방향으로 올라가면 느껴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운 분위기가 낯설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분단의 현실과 역사에 새겨진 아픔들. 그리고 불안함과 평화가 공존하는 현재. 철원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다. 후삼국시대의 태봉의 수도였고, 현대사의 큰 아픔인 6.25 전쟁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다. DMZ안에 숨겨져 있어 보지 못하는 유적들, 그리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전쟁의 상흔들. 서울의 어느 한 공간을 알게 ..

쓰는 사람이 된, 지워낸 그.

여느 때처럼 인스타를 보다가 지워냈던 이름을 발견했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그가 누구인지 단숨에 기억해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전학생으로 새로운 학교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새로 사귀게 되었던 친구다. 키도 크고 멀끔하게 생긴 데다, 성격도 무던하고 다른 학우들과 잘 어울리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학교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어른이 되면 서로 친구가 될 사이가 아님에도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마주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친구가 되는 곳. 학교에서 만났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와 집이 정말 가까워서 등하교를 함께 했다. 왕따를 당하는 나와 개의치 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참 많은 의지를 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

22년 6월. 나다움의 시작

평생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순간이 많았던 6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명 몇 주 전까지 무기력에 시달리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방구석에 쪼그려 있는 것이 답답한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기 좋아하던 나의 모습을 드디어 다시 되찾아 간다는 행복함. 그리고 막상 그 순간에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엄청나게 결정적이었던 순간들. 우선, 정말 여행을 많이 다녔다. 첫째 주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만, 그렇게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싸우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내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최악의 기분이 들었던 여행이지만, 그 덕에 나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살짝 조미료를 쳐서 설명하자..

22년 5월. I am I, You are you.

나는 나. 당신은 당신. 친한 친구와 다퉜다. 그 후유증과 함께 5월이 시작되었다. 그 친구와는 정말 평생 함께 갈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의미 있던 사람이었고, 의지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사이가 급격하게 틀어져 버렸다. 뭔가 내 삶이 이제 풀려가나, 하는 상황에서 생긴 돌발상황이라 굉장히 마음이 복잡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상담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담에 가서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덕분인지 내 예상보다는 수월하게 흘려보내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물론, 나의 노력도 한몫했지만. I am I, You are you. 게슈탈트 기도문(선언문)으로 알려진 글이다. 단순해 보이는 글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엄청난 글이었다. ‘그래, 나는 나고 너는 너잖아.’ 내가 무너..

22년 4월.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4월, 완연한 봄. 처음 시작이 어렵다고 했던가, 상담도 받고,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생활 전반에서 조금씩 의욕이 샘솟았다. 여전히 무기력한 생활패턴의 지속이 하루의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씩 무기력함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였다. 집 근처에 굉장히 큰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일 낮에 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찾은 것이 얼마만인지. 귀찮음을 억눌러가며 갔지만, 막상 공원에 도착하니 정말 좋았다. 이렇게 멋진 공원을 코앞에 두고 지금껏 집 안에만 있었던 내가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평일 낮인데도 공원에는 사람이 반, 꽃이 반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꽃놀이를 하러 가는 거구나. 정말 정말 예쁜 경관이었다. ‘나도 내년에는 저 커..

22년 3월.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십니까

코로나가 엄청나게 유행하던 3월이다. 세상이 코로나로 매우 정신없이 흘러가는 동안, 나의 세계도 격변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고, 나도 코로나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항상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건만. 내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감염이 확인되고 일주일간 격리를 했지만, 솔직히 평소에도 자가격리와 같은 집콕 생활이 익숙했기에 격리가 답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몸이 아파서 힘들었을 뿐. 코로나 걸리기 전인 3월 초, 날씨도 풀렸겠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면도로 향했다. 바다를 보고 싶긴 했는데 동해나 남해 바다를 보러 가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안면도를 떠올렸다..

22년 2월. 은둔형 외톨이

2월은 저번 달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실직과 이별, 불안정한 마음 상태로 작년 말부터 건강을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다 올해의 시작부터 본격적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고질병이던 허리디스크가 걷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피부도 점점 눈에 띄게 나빠졌다. 피로와 아픔에 무감각한 편이던 내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라면 정말 심각한 수준. 집에만 틀어박혀서 무기력, 우울함에 끙끙대다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가는 덕분에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아픈데 병원은 가야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허리가 아팠던 건, 내 몸이 제발 밖에 좀 나가라며 보낸 신호였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무기력, 우울함에는 ‘움직이는 것’이 답이었다. 매일매일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 보니..

22년 1월. 무기력했던 불나방

22년의 시작은 지긋지긋한 코로나와 함께였다. 3차 접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긴가민가 하다가, 에이 이미 2차까지 맞았는데… 하는 생각으로 그냥 3차를 눈 질끈 감고 맞았다. 1, 2차 접종 때는 몸이 불같이 아팠는데, 3차 접종은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정도로 끝났다. 다행이었지. 막막했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지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모아둔 돈이 계속 새어나간다는 그 상황이 나를 정말 무섭게 했다. 사랑에 미쳐 있을 때 썼던 그 돈만 아꼈더라도 반년은 껌이었을 텐데. 반년을 정말 무기력 그 자체로 보냈다. TV를 켜 놓고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보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 조금은 벗어나겠다 싶어서 방치해뒀던 이 티스토리 계정을 살..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인생에서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 한 사람은 아니었다. 찾으려고 마음먹어야 보일 아주 작은, 하지만 괜히 신경 쓰이는 점 하나 정도의 느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순간만큼은 나를 온전히 보여줬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랑 오래간 관계도 아니고, 엄청난 감정적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나누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을 뿐. 아니야,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 이상이었지.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시간은 꽤나 흘렀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뜻이 새삼스럽게 와닿을 만큼 괜찮아졌다... 고 생각했는데, 떠올랐다. 떠오른 순간, 원하지 않던 과거 여행을 다녀왔다. 과거를 여행해봤자 좋은 게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지만,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이 결국 나를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