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

쓰는 사람이 된, 지워낸 그.

여느 때처럼 인스타를 보다가 지워냈던 이름을 발견했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그가 누구인지 단숨에 기억해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전학생으로 새로운 학교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새로 사귀게 되었던 친구다. 키도 크고 멀끔하게 생긴 데다, 성격도 무던하고 다른 학우들과 잘 어울리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학교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어른이 되면 서로 친구가 될 사이가 아님에도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마주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친구가 되는 곳. 학교에서 만났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와 집이 정말 가까워서 등하교를 함께 했다. 왕따를 당하는 나와 개의치 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참 많은 의지를 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인생에서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 한 사람은 아니었다. 찾으려고 마음먹어야 보일 아주 작은, 하지만 괜히 신경 쓰이는 점 하나 정도의 느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순간만큼은 나를 온전히 보여줬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랑 오래간 관계도 아니고, 엄청난 감정적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나누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을 뿐. 아니야,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 이상이었지.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시간은 꽤나 흘렀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뜻이 새삼스럽게 와닿을 만큼 괜찮아졌다... 고 생각했는데, 떠올랐다. 떠오른 순간, 원하지 않던 과거 여행을 다녀왔다. 과거를 여행해봤자 좋은 게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지만,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이 결국 나를 데..

지금 그 곳은

자라오면서 이사를 많이 다닌 편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나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물가물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동네들, 그리고 성인이 돼서 내 선택대로 이사를 다니는 요즘까지. 아른거리는 그 순간 그 때 가끔씩 혼자 산책하거나, 낮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옛날에 살았던 집, 그리고 동네들이 아른아른거려요. 연탄을 때던 집에서 살았을 때, 연탄아궁이 속의 연탄이 새빨갛게 올라오던 그 뜨거움. 집 앞에 굴러다니던 연탄재. 그 골목의 옆집 형,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았던 아련한 기억들. 바로 앞에 있던 목욕탕 집 딸과 초등학교 같은 반이 되어 함께 다니던 등하굣길. 야자를 끝내고 꼭 우리 집 앞까지 같이 와 주던 소중한 친구들과 걷던 동네. 그리고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 지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