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6

독서 모임을 마무리 하며 2

읽다 보면, 책 속의 등장인물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역경 가득한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수필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혹은 열정적으로 지식을 전달해 주는 똑똑한 사람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도 한다. 1년간의 독서 모임을 통해 '책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느낀 많은 고뇌와 감정들을 현실로 가져와 곱씹어가며 내 삶에 비췄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실 속의 역경을 이겨내는 힌트를 얻고, 연습했다. 어려운 현실의 문제를 앞서 겪은 분들의 지식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현실로 가져온 소중한 책 속 경험들은 독서 모임을 거쳐, 비로소 '나'의 경험이 되었다. 게다가, 내가 놓쳤던..

독서 모임을 마무리 하며 1

책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도록 해 준 동아줄이었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학교 폭력의 불안감에서 도망갈 곳을 마련해 줬던 도서관. 폭력적인 가정에서 샌드백으로 살아가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던 유년 시절의 유일한 도피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버티다 보면 분명 길이 생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버팀목이 되어준 책. 책을 다시 가까이하기 시작한 지 1년. 많은 생각들이 변하고, 성장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은 정도로 예민했던 마음이 안정되었고, 건강도 1년 새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침이 되면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반년 가까이 지속된 칩거 생활 중에, 독서 모임 공고를 보고 참여하..

22년 8월. 책과 함께 한 여름

책과 함께 한 여름 정말 더운 여름이었다. 여름 나기를 무척 힘들어한다. 추위는 옷을 입으면 되는데, 여름은 답이 없다. 이렇게 더울 때 집안에서 에어컨 쐬고 시원하게 보내는 게 제일 좋지만, 그렇게 마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나름 고민을 했다. 그러다 근처에 공유 오피스를 알게 되었다. 잘 됐다, 싶어서 회사원 된 것 마냥 매일 오피스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편안한 의자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잠깐씩 낮잠도 잤다. 확실히 마냥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 작지만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드는 것도 좋지. 8월은 책과 함께 꽤 열심히 살았던 한 달이었다. 올 초부터 시작했던 독서모임을 계속 이어오며 책에 대한 욕심이 날로 ..

22년 6월. 나다움의 시작

평생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순간이 많았던 6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명 몇 주 전까지 무기력에 시달리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방구석에 쪼그려 있는 것이 답답한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기 좋아하던 나의 모습을 드디어 다시 되찾아 간다는 행복함. 그리고 막상 그 순간에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엄청나게 결정적이었던 순간들. 우선, 정말 여행을 많이 다녔다. 첫째 주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만, 그렇게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싸우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내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최악의 기분이 들었던 여행이지만, 그 덕에 나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살짝 조미료를 쳐서 설명하자..

22년 4월.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4월, 완연한 봄. 처음 시작이 어렵다고 했던가, 상담도 받고,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생활 전반에서 조금씩 의욕이 샘솟았다. 여전히 무기력한 생활패턴의 지속이 하루의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씩 무기력함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였다. 집 근처에 굉장히 큰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일 낮에 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찾은 것이 얼마만인지. 귀찮음을 억눌러가며 갔지만, 막상 공원에 도착하니 정말 좋았다. 이렇게 멋진 공원을 코앞에 두고 지금껏 집 안에만 있었던 내가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평일 낮인데도 공원에는 사람이 반, 꽃이 반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꽃놀이를 하러 가는 거구나. 정말 정말 예쁜 경관이었다. ‘나도 내년에는 저 커..

22년 3월.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십니까

코로나가 엄청나게 유행하던 3월이다. 세상이 코로나로 매우 정신없이 흘러가는 동안, 나의 세계도 격변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고, 나도 코로나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항상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건만. 내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감염이 확인되고 일주일간 격리를 했지만, 솔직히 평소에도 자가격리와 같은 집콕 생활이 익숙했기에 격리가 답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몸이 아파서 힘들었을 뿐. 코로나 걸리기 전인 3월 초, 날씨도 풀렸겠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면도로 향했다. 바다를 보고 싶긴 했는데 동해나 남해 바다를 보러 가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안면도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