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추억/2022년을 마무리 하며

22년 4월.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오늘, 2022. 12. 18. 22:10

4월, 완연한 봄.

 

처음 시작이 어렵다고 했던가, 상담도 받고,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생활 전반에서 조금씩 의욕이 샘솟았다. 여전히 무기력한 생활패턴의 지속이 하루의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씩 무기력함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였다.

 

사진에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못 한 것 같아.

 

집 근처에 굉장히 큰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일 낮에 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찾은 것이 얼마만인지. 귀찮음을 억눌러가며 갔지만, 막상 공원에 도착하니 정말 좋았다. 이렇게 멋진 공원을 코앞에 두고 지금껏 집 안에만 있었던 내가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평일 낮인데도 공원에는 사람이 반, 꽃이 반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꽃놀이를 하러 가는 거구나. 정말 정말 예쁜 경관이었다. 

 

‘나도 내년에는 저 커플들처럼 누군가와 같이 보러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술 마시고 빨개진 사진은 아니고, 매운 음식을 먹어서 빨개졌다.)

 

호빵이 생각나는 얼굴이다. 새빨간 피자호빵이.

 

정말 의미 있는 사진이다. 냅다 대충 찍은 사진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큰맘 먹고 찍은 사진이다.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긴 시간 동안, 내 얼굴을 의식하고 쳐다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저 때는, 내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게 느껴져서 '거울을 보는 것을 의식하고' 거울을 봤다. 얼굴이 재밌게 생겼네, 그럼 남겨보자! 하는 마음에 ‘내가 내 얼굴을 본다는 것을 의식하고’ 찍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저 사진을 찍을 때 직감적으로
아주 조금,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독서모임이 끝난 뒤, 정말 즐거운 마음에 혼자 치킨집을 찾았다. 집과는 꽤나 떨어져 있던 치킨집인데, 예전에 먹었을 때 맛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굳이 옆 동네까지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그냥 사진을 쓱 보면, 혼자 술 마시는 내용이 전부처럼 보이겠지만, 이 사진도 나름 굉장히 중요한 순간의 포착이다. 혼자, 그것도 집이 아닌 ‘밖에 나와서’ 술을 마신다는 것.

 

저 때는 정말 짜릿했다. 어떻게 그 짜릿했던 기분을 글로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나열해 보겠다.

 

맛있는 음식과 술

내 의지로 선택한 이 치킨집

왜 내가 지금껏 책을 멀리 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즐거웠던 독서모임

내 안에서 분명 뭔가가 변하고 있다는 약간의 간지러움

 

혼자서 치킨에 소주를 마셨는데 그게 뭐 그리 뿌듯하고 즐거웠는지.

그때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자니 그 순간의 감정이 다시 느껴지는 듯한 기분에

 

술을 끊었는데도 취한 기분이 드는 것만 같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4월, 내 마음도 흐드러지기 시작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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