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추억/2022년을 마무리 하며

22년 1월. 무기력했던 불나방

오늘, 2022. 12. 14. 22:29

22년의 시작은 지긋지긋한 코로나와 함께였다. 

 

예방 접종 맞기 전에 작성한 문진표

3차 접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긴가민가 하다가, 에이 이미 2차까지 맞았는데… 하는 생각으로 그냥 3차를 눈 질끈 감고 맞았다. 1, 2차 접종 때는 몸이 불같이 아팠는데, 3차 접종은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정도로 끝났다. 다행이었지. 


막막했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지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모아둔 돈이 계속 새어나간다는 그 상황이 나를 정말 무섭게 했다. 사랑에 미쳐 있을 때 썼던 그 돈만 아꼈더라도 반년은 껌이었을 텐데.

 

그냥 찍었는데 여기 쓸 줄은 몰랐지.

반년을 정말 무기력 그 자체로 보냈다. TV를 켜 놓고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보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 조금은 벗어나겠다 싶어서 방치해뒀던 이 티스토리 계정을 살려보았다. 일단 살리기는 했는데, 대체 무슨 글을 써야 할까 하다가, 번번이 블로그를 하다 말다 했던 지금까지의 모습이 떠올라서 나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다시 보니 너무나도 오글거리지만, 저 당시에는 저게 나의 최선이었다. 물론 이 글도 내년에 보면 또 오글거리겠지?


무기력함이 나를 잠식한다 느낄 때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다 보니, 책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 학교에서 항상 취미를 적어내라고 할 때마다 적어냈던 책. 유일하게 취미라고 할 수 있었던 책은 한동안 나의 인생에서 멀어져 있었다. 수능을 준비해야 해서, 학교 수업이 힘들어서, 먹고살기 바빠서, 내 사랑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어떤 탓이 되었든 간에, 결국은 내가, 내 선택으로 책을 손에서 놔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기력한 순간에 다시 책이 떠오르다니. 괜히 책이라는 존재에 미안함을 품게 된다.

 

크레마s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집 밖에 나가기 싫지만 책 읽는 분위기는 내고 싶어서 도서관을 나가서 책을 읽는 대신에 큰맘 먹고 ebook 리더, ‘크레마 s’를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내 결정은 정말 너무나 좋은 선택 그 자체였다. 지금도 굉장히 잘 쓰고 있고, 책을 더욱 가까이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도구다. 


 

 

슬프고, 외로운데, 나는 여기 있었다.

바람에 눈발이 세차게 날리는 밤이었다. 춥고 눈 내리는 날씨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때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 추워서 정성스럽게 찍지는 못했지만, ‘우아 예쁘다’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보던 시야를 그대로 담아 보았다. 칼 같이 아린 바람에 눈앞을 스치는 눈발이 ‘내가 살아있긴 하구나.’ 하는 각성을 하게 해 줬다. 


여기에 다 적지 못했던 이야기.

 

1월에는 내키지 않았던 만남과, 정 반대로 나를 외로움에서 끄집어내 줄 것 같았던 간절했던 만남도 있었다. 그러면서 상처도 정말 많이 받았다. 상처를 받을 것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무작정 뛰어들었다. 인간적인 외로움과 불안함, 무기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불나방처럼 '깊은 사이'를 찾았던 것이 아닐까. 이때의 상처는 사실 지금도 마음 한편에 다 아물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다만, 이 상처 덕분에 또 나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확신한다. 이 이야기는 차차 또 풀어보려 한다. 

 

 

 

오늘.

litt.ly/o.n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