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3

22년 12월. 세상에 나를 던지자

도전. 지난달에는 평소와 다르게 소규모의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활동해 보았었다. 참여했던 그 순간의 재미와 뿌듯함, 소속감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는지, 이번 달에는 좀 더 과감히 행동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방면으로 내가 참여해 볼 수 있는 게 없을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모인 대형 커뮤니티에 참여해 보았다. 솔직히, 전혀 모르는 많은 사람 사이에 나 홀로 참여한다는 것이 걱정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행복한 도전이었다. 내가 가진 고민을 나누고, 이해받으며, 세상에는 나를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해 내내 ‘나’에게 충실한 시간이었다면, 마지막 12월은 나를 넘어 타인과 함께 연대하는 마음을 경험했다..

22년 11월. 마음의 여유

내가 심심하다니 마음의 여유를 많이 되찾으면서, 놀랍게도 ‘심심함’을 느꼈다. ‘심심하다’는 개념을 어느 순간 잊고 살았다. 심심함은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심심하다는 표현 안에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와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한 감정 속에서는 아마 심심함을 느낄 새가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심심하겠어.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특하구먼. 11월에는 올해의 여느 때와는 다르게 혼자 하는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들을 했다. 한동안 잘 만나지 않던 가족과 만나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 같은 커..

22년 10월. 가을. 행복함.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 왔다. 밖에 나가기 참 좋은 때가 왔다. 저번 달 까지는 가을을 찍먹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10월은 한낮에 밖을 걸어도 덥다고 느껴지지 않는, 진짜 가을이 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가을을 반길 줄이야. 많이 변했구나. 10월이 되니 확실히 마음의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더불어,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몸도 가벼워져서 더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무기력한 상태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이 행복한 기분. 좋다. 여름동안 다니던 공유 오피스 기간이 끝나고, 시간을 보내러 종종 이케아를 갔었다.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집을 꾸미며 살 수 있겠지, 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즐겁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케아 레스토랑이 있다. ..

22년 9월. 가을 하늘

여전히 낮에는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8월의 독서모임을 하던 중, 참여자 한 분 께서 소개해 주셨던 책 중에 ‘구름’에 대한 책이 있었다. 그다지 재밌는 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구름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이 참 좋다는 코멘트를 해 주셨다. 그분의 책 소개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지, 그 이후로 자주 하늘을 보게 되었다. 가을 하면 높고 푸르른 하늘. 신기하게 9월이 되니까 정말로 높고 푸르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땅이 한 김 식어가는 계절이 왔다. 딱 1년 전 이 때는 세상이 참 미웠고, 인생이 괴로웠었다. ‘내가 죽을 때가 되면 딱 떠오를 순간이 지금이야.’라고 되뇌면서 힘겨워하던 때. 그 후로 1년의 시간이 지났고, 푸른 하늘과 흩뿌려진..

22년 8월. 책과 함께 한 여름

책과 함께 한 여름 정말 더운 여름이었다. 여름 나기를 무척 힘들어한다. 추위는 옷을 입으면 되는데, 여름은 답이 없다. 이렇게 더울 때 집안에서 에어컨 쐬고 시원하게 보내는 게 제일 좋지만, 그렇게 마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나름 고민을 했다. 그러다 근처에 공유 오피스를 알게 되었다. 잘 됐다, 싶어서 회사원 된 것 마냥 매일 오피스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편안한 의자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잠깐씩 낮잠도 잤다. 확실히 마냥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 작지만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드는 것도 좋지. 8월은 책과 함께 꽤 열심히 살았던 한 달이었다. 올 초부터 시작했던 독서모임을 계속 이어오며 책에 대한 욕심이 날로 ..

22년 7월. 생각하다. 사색하다.

7월의 시작도 여행. 날이 참 좋았다. 아직 가을도 안 됐는데 이렇게 하늘이 이쁠까. 철원으로 향하는 내내 쾌청한 하늘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이 쉽사리 나지 않을 땐 주로 서울의 윗 쪽으로 향하는 편이다. 북한 방향으로 올라가면 느껴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운 분위기가 낯설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분단의 현실과 역사에 새겨진 아픔들. 그리고 불안함과 평화가 공존하는 현재. 철원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다. 후삼국시대의 태봉의 수도였고, 현대사의 큰 아픔인 6.25 전쟁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다. DMZ안에 숨겨져 있어 보지 못하는 유적들, 그리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전쟁의 상흔들. 서울의 어느 한 공간을 알게 ..

22년 6월. 나다움의 시작

평생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순간이 많았던 6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명 몇 주 전까지 무기력에 시달리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방구석에 쪼그려 있는 것이 답답한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기 좋아하던 나의 모습을 드디어 다시 되찾아 간다는 행복함. 그리고 막상 그 순간에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엄청나게 결정적이었던 순간들. 우선, 정말 여행을 많이 다녔다. 첫째 주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만, 그렇게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싸우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내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최악의 기분이 들었던 여행이지만, 그 덕에 나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살짝 조미료를 쳐서 설명하자..

22년 5월. I am I, You are you.

나는 나. 당신은 당신. 친한 친구와 다퉜다. 그 후유증과 함께 5월이 시작되었다. 그 친구와는 정말 평생 함께 갈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의미 있던 사람이었고, 의지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사이가 급격하게 틀어져 버렸다. 뭔가 내 삶이 이제 풀려가나, 하는 상황에서 생긴 돌발상황이라 굉장히 마음이 복잡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상담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담에 가서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덕분인지 내 예상보다는 수월하게 흘려보내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물론, 나의 노력도 한몫했지만. I am I, You are you. 게슈탈트 기도문(선언문)으로 알려진 글이다. 단순해 보이는 글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엄청난 글이었다. ‘그래, 나는 나고 너는 너잖아.’ 내가 무너..

22년 4월.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4월, 완연한 봄. 처음 시작이 어렵다고 했던가, 상담도 받고,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생활 전반에서 조금씩 의욕이 샘솟았다. 여전히 무기력한 생활패턴의 지속이 하루의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씩 무기력함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였다. 집 근처에 굉장히 큰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일 낮에 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찾은 것이 얼마만인지. 귀찮음을 억눌러가며 갔지만, 막상 공원에 도착하니 정말 좋았다. 이렇게 멋진 공원을 코앞에 두고 지금껏 집 안에만 있었던 내가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평일 낮인데도 공원에는 사람이 반, 꽃이 반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꽃놀이를 하러 가는 거구나. 정말 정말 예쁜 경관이었다. ‘나도 내년에는 저 커..

22년 3월.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십니까

코로나가 엄청나게 유행하던 3월이다. 세상이 코로나로 매우 정신없이 흘러가는 동안, 나의 세계도 격변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고, 나도 코로나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항상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건만. 내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감염이 확인되고 일주일간 격리를 했지만, 솔직히 평소에도 자가격리와 같은 집콕 생활이 익숙했기에 격리가 답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몸이 아파서 힘들었을 뿐. 코로나 걸리기 전인 3월 초, 날씨도 풀렸겠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면도로 향했다. 바다를 보고 싶긴 했는데 동해나 남해 바다를 보러 가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안면도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