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 5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도 괜찮았다

그가 얼마나 나를 업신여기고 있는지 여실히 느끼면서도, 그 자리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웃어넘겼다. 네가 나를 포함한 몇 명에 대해서 불쾌한, 혐오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넌 ‘그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내 앞에서 말했다. 나를 언급했던 부분만 쏙 빼놓고. 그 순간 왜 회피했을까.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같이 엮인 인간관계를 망치는 상황이 될까 봐서? 아니면 그가 무서워서?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도 괜찮았다. 나를 만만 하게 보고, 혐오하는 순간을 봤으니까. 요즘 내 삶의 도전 과제는 ‘만만함’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여유 있어 보이고,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이 ‘만만해 보이는 사람’으로 돌아와 버렸다. 당신의 말에 굳이 동의하지 않아도 토 달지 않았다..

2023년. 나다운 삶의 시작

아직 21년 말, 22년 초가 또렷이 기억이 나는데, 그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지난해를 정리하며 쓴 글에 있는 내용처럼, 22년은 '나'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걸음마를 처음 할 때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런 각오로 보낸 시간이었다. '나는'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감정의 흐름이 어떤가 지금의 신체 상태는 어떤가 그리고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가 생각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감정이 밀려올 때 대처는 어떻게 하는가 신체를 돌보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에 대한 '통제감'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상황이 변하는 대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휩쓸려가던 나의 중심을 잡는 연습을 했다. 정말로 걸음마를 배우는 심정이었다. 2023년에는 제대로 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잡..

22년 12월. 세상에 나를 던지자

도전. 지난달에는 평소와 다르게 소규모의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활동해 보았었다. 참여했던 그 순간의 재미와 뿌듯함, 소속감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는지, 이번 달에는 좀 더 과감히 행동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방면으로 내가 참여해 볼 수 있는 게 없을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모인 대형 커뮤니티에 참여해 보았다. 솔직히, 전혀 모르는 많은 사람 사이에 나 홀로 참여한다는 것이 걱정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행복한 도전이었다. 내가 가진 고민을 나누고, 이해받으며, 세상에는 나를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해 내내 ‘나’에게 충실한 시간이었다면, 마지막 12월은 나를 넘어 타인과 함께 연대하는 마음을 경험했다..

22년 7월. 생각하다. 사색하다.

7월의 시작도 여행. 날이 참 좋았다. 아직 가을도 안 됐는데 이렇게 하늘이 이쁠까. 철원으로 향하는 내내 쾌청한 하늘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이 쉽사리 나지 않을 땐 주로 서울의 윗 쪽으로 향하는 편이다. 북한 방향으로 올라가면 느껴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운 분위기가 낯설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분단의 현실과 역사에 새겨진 아픔들. 그리고 불안함과 평화가 공존하는 현재. 철원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다. 후삼국시대의 태봉의 수도였고, 현대사의 큰 아픔인 6.25 전쟁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다. DMZ안에 숨겨져 있어 보지 못하는 유적들, 그리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전쟁의 상흔들. 서울의 어느 한 공간을 알게 ..

오랜만에, 그리고 요즘

블로그에서 손을 잠시 뗀지 한 달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걸리지 않으면 친구가 없는 것이라는 코로나도 걸려 보고, 다시 한 번 삶의 의욕이 바닥을 찍고 이제야 조금 괜찮아 졌습니다. 바닥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내려갈 곳이 있었더라구요. 😄 어려서부터 여러가지의 막연한 꿈 중 하나가 책 만들기, 글쓰기 였어요. 책을 참 많이 좋아해서 서너살 된 동생의 손을 잡고, 눈길을 파헤치며 동작도서관으로 출근하다시피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냥 관심가는 책 들은 뭐든 집어 보던 때 였습니다. 학습 만화책부터 소설책, 시집, 에세이에 이해도 못할 프로그래밍 책도요. 그 와중에 성교육 책을 보고 두근거리며 동생을 저 멀리 두고 책장 한 구석에서 몰래 보던 귀여운 제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