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시작도 여행.
날이 참 좋았다. 아직 가을도 안 됐는데 이렇게 하늘이 이쁠까.
철원으로 향하는 내내 쾌청한 하늘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이 쉽사리 나지 않을 땐 주로 서울의 윗 쪽으로 향하는 편이다. 북한 방향으로 올라가면 느껴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거운 분위기가 낯설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분단의 현실과 역사에 새겨진 아픔들. 그리고 불안함과 평화가 공존하는 현재.
철원에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다. 후삼국시대의 태봉의 수도였고, 현대사의 큰 아픔인 6.25 전쟁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다. DMZ안에 숨겨져 있어 보지 못하는 유적들, 그리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전쟁의 상흔들.
서울의 어느 한 공간을 알게 되었다. [1인 사색공간]을 표방한 곳이었다. 한 공간을 오롯이 정해진 시간 동안 나 혼자 있으면서 사색하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한다.
비가 엄청나게 오는데 희한하게 무척 더웠던 어느 날, 이곳을 방문했다.
‘내 안에 쌓인 여름’
신기하게도, 정말 ‘공간’ 이 주는 힘이 있나 보다.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험이 나에게는 생소한데, 이곳에서는 가능했다. 꽤 만족스러운 방문이었고, 여유만 된다면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었다.
시에 엄청 빠지기 시작했다. 원래 시를 좋아하긴 했지만 굳이 찾아 읽지는 않는 정도였다. 그런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감동이 밀려오는 그 느낌이 어느 순간 강하게 다가왔다. 항상 외부로 향해있던 안테나를 나에게로 돌리는 연습을 꾸준히 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순간 타인의 반응을 살피며 나 자신을 내버려 두었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명확히 해 보려고 거듭 노력한 결실이다.
나를 생각하고 공부하는데 재미가 들려버렸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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