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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한 사람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할 만큼 나이를 먹었다. 이만큼의 삶을 살아오는 동안,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학교도 열심히 다녔고, 일도 열심히 했고,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밉보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며 살았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참 많이도 나를 싫어했다. 물론 사람이 어떻게 나를 다 좋아하겠냐만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섭고, 아프고, 두렵고, 괴롭고, 배신감, 무력감, 외로움 등등 온갖 '부정적' 인 의미의 단어들이 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을 정도다. 진짜 그냥, 정말 많이 힘들었다. 나는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지금껏 이렇게..

감정을 대체 어떻게

감정.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리고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소화해 내느냐는 모두가 다 다른 것 같다. 감정이 격해지는 대표적인 순간, '이별' 이별의 순간부터 생기는 감정의 변화는 정말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겐 힘들다. 흔히들 하는 말, 시간이 약이다. 흘러가게 두어라. 등등... 나도 흔하게 쓰는 말이고, 많이 듣는 말이지만 솔직히 와닿지가 않는다. 물론,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져 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난 왜 이렇게나 힘들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이 만큼 힘든 건데 힘든 척을 하지 않는걸까. 얼마 전에 들었던 이야기다. '괜찮아요. 헤어지면 헤어진 거지 그게 뭐. 별거 아니에요.' 가..

벽장

2017년 8월 1일. 아마 이 즈음이다. 노래를 한 곡 반복하며 쓸쓸히 걷고 또 걸었었다. '오늘 밤이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오왠 (O.WHEN) - 오늘 (Today) 외로움의 감정이 익숙하지만, 유달리 힘든 때였다. 가까이에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도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있는데. 외국에 있어서 외로운 걸까? 사람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내가 어디가 아파서 그런가? ... 나름 이것저것 노력했다. 일하는 동료들과도 실컷 웃으며 떠들고, 친구와 함께 놀러도 다니고, 소개받아 알게 된 사람과 놀러 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텅 빈 듯한 이 마음은 도저히 도저히 메워지지 않았다. 정말 무서웠다. 끝도 없는 외로움에서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막막함과 후회감 어딘가 내가 고장 난 듯한, 도저히 출발점..

내 인생의 은인, 선생님

중학교 2학년. 스스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죽으면 정말 완벽한 복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 다리가 후들거려서 뛰어내리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시도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공부를 곧잘 하던 내가 갑자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하루 종일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고 부모님은 내가 평소와 다르니 그냥 매질하기 바빴다. 담임선생님은 알아봐 주셨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싫었던 나는 멋대로 교실 구석에 남아서 훌쩍거렸고, 선생님은 묵묵히, 며칠동안 기다려 주셨다. 깜깜해진 밤 까지도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봐 주신 선생님. 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의 한 마디. "많이 힘..

S에게

S에게. S야, 안녕하니. 우리가 만난지 벌써 일년이야. 처음 너와 만났던 자리. 첫눈에 반했어. 너를 만나기 전 까지는 ‘첫눈에 반한다’ 라는 말은 믿지 않았어. 말도 안되지. 첫 눈에 반한다는건 어디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 현실에 있겠어? 하지만 너를 만난 그 때, 난 변했어. 따뜻한 조명 아래, 많은 사람들로 정신없던 그 자리. 나는 너의 목소리만 들렸고, 너의 웃는 얼굴만 보였어. 너와 나의 잔이 부딪힐 때 마다 난 행복했고, 너도 나와 같길 바랬어. 그 자리를 나서려는 순간, 너는 내 손을 잡았어. 너도 나와 같은걸까? 꿈인 줄 알았어.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착각을 하는걸까. 꿈이라면 깨지말자, 나도 손을 꽉 잡았지.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어. 내가 이사하던 날, 너는 나에게 곧 따라간다 했..

남자답고 싶었다 2

교육학, 상담을 전공했다. 시작은, 상담을 공부해서 나처럼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공부는 정말 즐거웠다. 전공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뿌듯하고 즐거웠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정말 즐거운 머리 터짐이었다. "공부만" 상담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사람은 그 사람 그대로 보아야 한다.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 나에게 너무 맞는 이야기 같아서 더욱 즐거운 상담 공부였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불편함 그 자체였다.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운동 동아리에 가입해야 하고, MT를 가면 선배들에게 깍듯해야 하는 분위기. 말로 다 표현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는 힘들었다. 정말. 나는, 상담을 공부하면서도 결국 남자다움의 ..

남자답고 싶었다 1

"얘는 여자 성격이야. 남자가 남자다운 느낌이 없어." 초등학교 4학년, 이모부가 친척들 앞에서. 어렸을 때부터 난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부모는 나를 어려서부터 운다고 때렸고, 안 울 때까지 때린다며 때렸다. 눈물이 터져나오는 걸 꾹꾹 참아가며 견뎠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자 새끼가 어디 맨날 질질 짜고 말이야. 또 울어? 더 맞아야 정신 차리겠지?" 남자 성격이 아니다 눈물이 많다 말랐다 목소리가 여자 같다 운동을 못 한다 싸움을 못 한다 . . . 남자라면,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울지 않고 당차야 하며, 덩치도 있어야 하고, 목소리도 굵고 낮아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한 대 칠 줄도 알아야 했다. 난 분명히 남자인데, 성격도 소심하고, 눈물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블로그도, sns도 열고 닫기 수 번. 열심히 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허무함, 허탈감이 찾아와. 그냥, 내가 귀찮음이 많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비단 블로그 뿐만이 아니야. 내 삶에 이런 모습은 크게 자리하고 있어. 그런데, 얼마 전에서야 깨달았어. 나는 게으른게 아니었어. 뭐 요즘 흔히들 말하잖아, 게으른 완벽주의자. 뭐 이런 느낌인 것 같아 그런데 게으른 완벽주의자, 이건 내 겉 모습만 딱 표현할 뿐이지 명확하진 않아 내 자신을 너무 매몰차게 대하며 살아온게 원인이라고 깨달았어. 나는 무엇을 하던, 완벽하지 않으면 너무 괴롭더라고. 내 타고난 기질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도 무시 못하지. 사과를 두 번 베어 먹었다고 내 머리를 발로 차버리는 아버지랑 시간 계산을 못한다고 몇 시간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