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추억/Connecting the dots

남자답고 싶었다 1

오늘, 2022. 1. 23. 18:37

"얘는 여자 성격이야. 남자가 남자다운 느낌이 없어."

초등학교 4학년, 이모부가 친척들 앞에서.

 

 

 

어렸을 때부터 난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부모는 나를 어려서부터 운다고 때렸고, 안 울 때까지 때린다며 때렸다.

눈물이 터져나오는 걸 꾹꾹 참아가며 견뎠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자 새끼가 어디 맨날 질질 짜고 말이야. 또 울어? 더 맞아야 정신 차리겠지?"

 

남자 성격이 아니다

눈물이 많다

말랐다

목소리가 여자 같다

운동을 못 한다

싸움을 못 한다 

.

.

.

 

남자라면,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울지 않고 당차야 하며, 

덩치도 있어야 하고, 목소리도 굵고 낮아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한 대 칠 줄도 알아야 했다. 

 

난 분명히 남자인데, 성격도 소심하고, 눈물도 많고...

그래서 나 자신이 어려서부터 너무 싫었다. 

차라리 내가 남자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정말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각했다.

 

(글 쓰고 있는 이 와중에 어린 내가 안쓰러워서 또 눈물 찔끔이다.)

 

사춘기가 지나고,

다른 남자아이들은 키도 크고 목소리도 굵고 힘도 세지는데

나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다고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왜소한 사람도 아니고, 목소리가 엄청나게 얇은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성상'에 나는 부합하지 않았다. 속상하게. 

 

그래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연애를 못하는 걸까, 난 정말 남자가 맞는 걸까. 

주변 친구들에게는 단 한마디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지만

학창 시절 내 머릿속에 항상 떨칠 수 없는 괴로운 생각이었다. 

 

그래서 불과 약 5~6년 전 만 까지라도 나의 '남성상'을 증명하는 것이

누구에게 말하지 못할 나만의 일생일대의 과제였다. 

 

남자로서 약한 모습이 보일 수 있는 곳에는 가까이 가지도 않았고, 

대학교에 가서는 억지로 술 마시는 곳에서 술이 강한 척하며 미친 듯이 마셨다. 

면제 판정으로 입대하지 않아도 되는 군대를 바득바득 기어 들어갔다. 

몸을 키우겠다고 학교를 휴학하고 운동도 해 보고 

사랑하지 않는데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보겠다고 이래저래 많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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