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생각/기록

S에게

오늘, 2022. 1. 27. 16:27

 

S에게.

 

S야, 안녕하니.

우리가 만난지 벌써 일년이야.

 

처음 너와 만났던 자리. 첫눈에 반했어.

너를 만나기 전 까지는 ‘첫눈에 반한다’ 라는 말은 믿지 않았어. 말도 안되지. 첫 눈에 반한다는건 어디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 현실에 있겠어?

하지만 너를 만난 그 때, 난 변했어.

 

따뜻한 조명 아래, 많은 사람들로 정신없던 그 자리. 나는 너의 목소리만 들렸고, 너의 웃는 얼굴만 보였어. 너와 나의 잔이 부딪힐 때 마다 난 행복했고, 너도 나와 같길 바랬어.

 

그 자리를 나서려는 순간, 너는 내 손을 잡았어. 너도 나와 같은걸까?

꿈인 줄 알았어.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착각을 하는걸까. 꿈이라면 깨지말자, 나도 손을 꽉 잡았지.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어.

 

내가 이사하던 날, 너는 나에게 곧 따라간다 했었지. 무슨 뜻 일까, 고민도 할 틈도 없었지. 너는 이사한 우리집에 눌러 앉았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기 시작했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조금 걱정했어. 오래 만난 사이도 아니고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너와 함께 가구를 조립 했던 날이 떠올라. 힘들지만 즐거웠던 기억이야. 너는 어땠어?

새 가구 냄새와 함께 피어오르던 먼지. 조립방법을 몰라 함께 끙끙대던 그 순간. 완성되고 난 후에 느꼈던 뿌듯함.

 

너와의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가고 우리도 그 만큼 행복한 시간이 쌓여갔어.

우리 여름에 놀이터 물놀이 기억나? 공원에 있던 놀이터에 개장한 어린이 수영장. 그 곳에서 함께 놀았던 그 날. 여름에 워터파크는 함께 가지 못했지만 워터 놀이터는 함께 했잖아. 뜨거웠던 여름에 시원한 어린이용 물줄기 하나로 행복했던 너와 나.

 

해돋이가 아름답던 설악해변. 아침부터 서핑하는 사람들과 백사장을 뛰어놀던 강아지. 전날까지 많이 마셔서 퉁퉁 부어있던 우리 둘. 그 모습 그대로 백사장에 앉아서 강아지와 함께 해돋이를 보았지. 그 순간은 어쩜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동거 하면서 너와 부딪히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너의 표현을 빌리자면, 잔소리쟁이인 나와 참 말 안듣는 너. 내가 생각해도 나의 잔소리는 참 짜증나. 그렇지?

나의 잔소리로 투닥투닥 하기도했고 서로 정 떨어지게 싸우기도 했어.

 

우리의 사이는 점점 익숙해져 갔고, 첫 만남의 설렘도, 많은 추억거리도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지.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이야기하는 ‘익숙함에 속았다’. 너와 즐거운 여행을 다녀 와도 집에 돌아오면 너 보다는 나의 피곤함이 먼저 였고, 나의 진지한 이야기도 너에겐 잠시 지나가는 잔소리나 투정으로 보이는 모습이 이제는 평범해져 버렸어.

 

그리고 익숙함에 속아버린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투닥투닥’ 과는 다른, 상처를 주기 시작했어. 싸우기 시작하면 서로 상처 주는 말들만 골라서 하는 우리 둘의 모습을 어느 누가 행복하다 하겠니. 싸우다싸우다 지쳐 나오는 헤어지자는 말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커다란 생채기를 남겨. 열심히 열심히 붙잡아도 멀어만 지는듯한 우리의 모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지도 모르겠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S야. 지금 안녕하니.

 

- 20.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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