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생각/기록

독서 모임을 마무리 하며 1

오늘, 2023. 3. 2. 17:17

책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도록 해 준 동아줄이었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학교 폭력의 불안감에서 도망갈 곳을 마련해 줬던 도서관. 폭력적인 가정에서 샌드백으로 살아가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던 유년 시절의 유일한 도피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버티다 보면 분명 길이 생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버팀목이 되어준 책. 

 



책을 다시 가까이하기 시작한 지 1년. 많은 생각들이 변하고, 성장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은 정도로 예민했던 마음이 안정되었고, 건강도 1년 새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침이 되면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반년 가까이 지속된 칩거 생활 중에, 독서 모임 공고를 보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창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때여서 비대면으로 모임을 참여했다. 비대면이 아니었다면, 아마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 밖으로 나가기 무서웠기 때문에. 

이전에도 독서 모임을 종종 가곤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재밌다고, 유익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독서에 진심으로 임하지도 않았고, 마음도 꾹 닫혀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이번 독서 모임은 달랐다. 매주 모임에 참석하지만, 마지막 주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다른 참여자에게 소개하는 활동을 했다. 여타 독서 모임처럼 같은 것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읽은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개할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제대로 책을 읽어야만 누군가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매달 책을 정말 신중히 골랐다. 책 표지를 보고 훅 끌려서 고른 적도 있지만, 끌려서 골랐다는 건 흥미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에, 책을 깊이 파고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책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진정으로 책을 읽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오늘.

litt.ly/o.n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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