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생각/기록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도 괜찮았다

오늘, 2023. 1. 22. 21:42

그가 얼마나 나를 업신여기고 있는지 여실히 느끼면서도,

그 자리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웃어넘겼다. 

 

네가 나를 포함한 몇 명에 대해서 불쾌한, 혐오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넌 ‘그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내 앞에서 말했다. 나를 언급했던 부분만 쏙 빼놓고.

 

그 순간 왜 회피했을까.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같이 엮인 인간관계를 망치는 상황이 될까 봐서?

아니면 그가 무서워서?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도 괜찮았다.

나를 만만 하게 보고, 혐오하는 순간을 봤으니까. 


요즘 내 삶의 도전 과제는 ‘만만함’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여유 있어 보이고,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이 ‘만만해 보이는 사람’으로 돌아와 버렸다.

 

당신의 말에 굳이 동의하지 않아도 토 달지 않았다.

당신의 입에서 기분 나쁜 이야기가 나와도 ‘그럴 수 있지.’라며 웃어넘겼다.

당신의 제안을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맞추려 했다.

당신이 속이 보이는 뻔한 거짓말까지 해 가며 약속을 번번이 어겨도 모르는 척, 속 좋은 사람인 척 연기했다.

 

왜 그랬을까.

 

당신들이 날 만만 하게 본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고, 맞서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시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만만한 포지션을 다시 잡아버렸다. 굴욕스럽고, 치욕적이다. 

 

그래, 내가 컴퓨터도 아니고 어떻게 한순간에 변하겠냐마는. 분한 감정이 차오르는 이 순간이 씁쓸하다. 이번에 실패했으니, 다음에 그 순간이 온다면 마음 가다듬고 다시 부딪혀 보련다. 

 

 

 

 

 

오늘.

litt.ly/o.n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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