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쉬이 풀리지 않아서 또 집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본래 서울바라기 입니다. 도시의 화려함과 북적거림을 정말 좋아합니다.
둠칫둠칫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도시 한 복판을 걷다 보면 하루 종일이 즐겁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인가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할 때, 조용한 자연 속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요.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산을 가자고 한다던지, 계곡이나 경치 좋은 곳을 가자고 하면 정말 가기 싫어했었습니다. 간다고 해도 축 쳐져가지고는 대체 집에는 언제 가는걸까, 하고 짜증만 났었어요. '나는 어른이 되면 이렇게 시간 안 보낼거야.' 하는 생각도 수백번은 했습니다.
정말 얼마 전 까지는, 어렸을 때 다짐대로,
혼자 대학로에 가서 좋아하는 연극도 보고, 강남 한 복판의 북적이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끌벅적한 홍대 연남동에 가서 기분을 풀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돌아보니 지금은 강원도 정선 깊숙히, 가리왕산 근처까지 와 있습니다. 세상에.
글을 쓰고 있는 모니터 뒤로,
비는 촉촉히 내리고 있고, 구름이 산 아래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높은 산에 빼곡히 담겨 있는 초록빛의 나무들. 어디있는지 모를 여러 새 들이 각자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비를 맞으며 기어다니는 콩벌레랑, 한 구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미.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고 편안한데, 대체 언제부터 이 즐거움을 알게 된건지. 어떻게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배운건지. 스스로를 가만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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