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추억/Connecting the dots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오늘, 2022. 11. 6. 15:16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인생에서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 한 사람은 아니었다. 찾으려고 마음먹어야 보일 아주 작은, 하지만 괜히 신경 쓰이는 점 하나 정도의 느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순간만큼은 나를 온전히 보여줬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랑 오래간 관계도 아니고, 엄청난 감정적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나누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을 뿐.

 

아니야,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 이상이었지.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시간은 꽤나 흘렀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뜻이 새삼스럽게 와닿을 만큼 괜찮아졌다... 고 생각했는데, 떠올랐다. 떠오른 순간, 원하지 않던 과거 여행을 다녀왔다.

 

과거를 여행해봤자 좋은 게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지만,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이 결국 나를 데리고 가더라. 너무나 짜증 나고 속상한 순간이었다. 몇 시간을 그렇게 괴로워하고 답답해하며 속상해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과거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 상황이 속상했고 그 사람이 미웠고,

내 자신이 창피한 게 전부였다면,

시간이 흐르고 내가 많이 성장한 지금은 처음으로

안쓰러웠다.

 

분명 그 순간에 진심을 다 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왜 최선을 다 했던 나에게 격려도, 위로도 하지 않은 채 그 먼 과거에 나를 방치했었을까. 

마냥 덮어두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며 애써 무시했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사실 그 사람은 단 0.01초의 시간도 의미를 두지 않았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상황에 의미를 부여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했을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 마음이 아팠고, 상처받았다. 오롯이 혼자 의미부여한 순간이었을지라도. 

 

속상했구나

창피했구나

외로웠구나

 

그리고 잘 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순간순간 진심으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과거 여행을 다녀온 만큼의 시간동안 최선을 다 해 나를 토닥여 주었다. 

늦었지만, 과거 여행 덕분에 이제야 이렇게 멋진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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