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겨울 방학이었다.
작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였던 날,
아장아장 걷던 어린 동생의 손을 꼭 잡은 채 밖을 나왔다.
그 추운 날씨를 견디며 동생과 향한 도서관.
7호선 장승배기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동작도서관이 내 어린 시절의 놀이터였다.
컴퓨터를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이 재밌어 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책이 좋아졌는지, 그리고 도서관을 언제부터 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한 권 뚝딱 끝내고 나면, 책에 몰입 했던 그 순간과 다 읽었다는 뿌듯함, 그리고 TV나 컴퓨터에서 느낄 수 없는 내 맘대로인 상상의 즐거움은 지금도 떠오른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오른편에 있던 아동서가로 향하면, 왼편에는 사서 선생님이 계시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빼곡하게 책이 꽂혀있는 책장들이 있었다. 그리고 교회 혹은 성당에 있는 것과 같은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동생과 함께 동생이 볼 수 있을만한 책을 두어권 골라 동생을 잘 보이는 자리에 앉히고, 본격적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다녔다.
그 때나 지금이나 소설책을 그렇게나 좋아했다. 소설책을 한번 펼치면, 끝도 없이 빠져들었다.
책 속의 내용들은 머릿 속에서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 어라, 하는 순간 두세시간은 훌쩍이었다. 동생이 집에 가고 싶다고 조금은 칭얼댔지만, 나름 동생도 내 옆에서 얌전하게, 진지하게 책에 몰입했다.
마냥 글로만 된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학습 만화책을 보기도 했고, 그림이 많은 성교육 책을 서가 구석에 숨어 괜히 몰래 보기도 했던 조금은 민망한 기억도 남아있다. 🤭
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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