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추억 23

내 인생의 은인, 선생님

중학교 2학년. 스스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죽으면 정말 완벽한 복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 다리가 후들거려서 뛰어내리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시도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공부를 곧잘 하던 내가 갑자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하루 종일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고 부모님은 내가 평소와 다르니 그냥 매질하기 바빴다. 담임선생님은 알아봐 주셨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싫었던 나는 멋대로 교실 구석에 남아서 훌쩍거렸고, 선생님은 묵묵히, 며칠동안 기다려 주셨다. 깜깜해진 밤 까지도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봐 주신 선생님. 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의 한 마디. "많이 힘..

남자답고 싶었다 2

교육학, 상담을 전공했다. 시작은, 상담을 공부해서 나처럼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공부는 정말 즐거웠다. 전공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뿌듯하고 즐거웠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정말 즐거운 머리 터짐이었다. "공부만" 상담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사람은 그 사람 그대로 보아야 한다.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 나에게 너무 맞는 이야기 같아서 더욱 즐거운 상담 공부였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불편함 그 자체였다.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운동 동아리에 가입해야 하고, MT를 가면 선배들에게 깍듯해야 하는 분위기. 말로 다 표현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는 힘들었다. 정말. 나는, 상담을 공부하면서도 결국 남자다움의 ..

남자답고 싶었다 1

"얘는 여자 성격이야. 남자가 남자다운 느낌이 없어." 초등학교 4학년, 이모부가 친척들 앞에서. 어렸을 때부터 난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부모는 나를 어려서부터 운다고 때렸고, 안 울 때까지 때린다며 때렸다. 눈물이 터져나오는 걸 꾹꾹 참아가며 견뎠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자 새끼가 어디 맨날 질질 짜고 말이야. 또 울어? 더 맞아야 정신 차리겠지?" 남자 성격이 아니다 눈물이 많다 말랐다 목소리가 여자 같다 운동을 못 한다 싸움을 못 한다 . . . 남자라면,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울지 않고 당차야 하며, 덩치도 있어야 하고, 목소리도 굵고 낮아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한 대 칠 줄도 알아야 했다. 난 분명히 남자인데, 성격도 소심하고, 눈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