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

22년 11월. 마음의 여유

내가 심심하다니 마음의 여유를 많이 되찾으면서, 놀랍게도 ‘심심함’을 느꼈다. ‘심심하다’는 개념을 어느 순간 잊고 살았다. 심심함은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심심하다는 표현 안에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와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한 감정 속에서는 아마 심심함을 느낄 새가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심심하겠어.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특하구먼. 11월에는 올해의 여느 때와는 다르게 혼자 하는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들을 했다. 한동안 잘 만나지 않던 가족과 만나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 같은 커..

22년 9월. 가을 하늘

여전히 낮에는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8월의 독서모임을 하던 중, 참여자 한 분 께서 소개해 주셨던 책 중에 ‘구름’에 대한 책이 있었다. 그다지 재밌는 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구름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이 참 좋다는 코멘트를 해 주셨다. 그분의 책 소개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지, 그 이후로 자주 하늘을 보게 되었다. 가을 하면 높고 푸르른 하늘. 신기하게 9월이 되니까 정말로 높고 푸르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땅이 한 김 식어가는 계절이 왔다. 딱 1년 전 이 때는 세상이 참 미웠고, 인생이 괴로웠었다. ‘내가 죽을 때가 되면 딱 떠오를 순간이 지금이야.’라고 되뇌면서 힘겨워하던 때. 그 후로 1년의 시간이 지났고, 푸른 하늘과 흩뿌려진..

22년 4월.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4월, 완연한 봄. 처음 시작이 어렵다고 했던가, 상담도 받고,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생활 전반에서 조금씩 의욕이 샘솟았다. 여전히 무기력한 생활패턴의 지속이 하루의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씩 무기력함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였다. 집 근처에 굉장히 큰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일 낮에 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찾은 것이 얼마만인지. 귀찮음을 억눌러가며 갔지만, 막상 공원에 도착하니 정말 좋았다. 이렇게 멋진 공원을 코앞에 두고 지금껏 집 안에만 있었던 내가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평일 낮인데도 공원에는 사람이 반, 꽃이 반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꽃놀이를 하러 가는 거구나. 정말 정말 예쁜 경관이었다. ‘나도 내년에는 저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