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간 생각/기록

사람이 좋지만

오늘, 2022. 2. 26. 16:21

내 인생의 가장 큰 화두는 '외로움'이다.

단순히 옆에 연인이 없어서 외로운 외로움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있겠지만,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려보면 모두 다 '외로움'과 관련 있는 일들이었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내 특징도 외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외로움이라는 결핍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상담 선생님이 말했다. "저는 친한 사람에 대한 욕심도 없고, 혼자가 굉장히 편해요."

상담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가 정말 정말 부러웠다. 아, 나도 혼자가 편했으면 좋겠다. 사람에 대한 욕심도 없었으면 좋겠다. 

 

 

 

외롭다고 하지만 외로워하면서도, 다른 이중적인 모습도 있다. 항상 인간관계를 좁게 가져가는 편이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며 사회적 관계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열심히 새로운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연락이 잘 안 되거나 뜨뜻미지근 해짐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자른다. 주기적으로 휴대폰의 번호도 바꾸고, sns도 닫기도 한다. 단순히 연락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차단이 아닌 연락 수단 자체를 없애버리는 느낌. 항상 그래 왔고, 지금도 당장 번호를 바꾸고 잠수 타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사람을 좋아하면서 난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지금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갔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사람들은 물론이고 업무적으로 만났던 사람, 친했던 친구, 사랑했던 사람 등등. 그런데 그중에 내가 정말 어떤 형태로든 내가 마음을 쓴 사람들은, 대부분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물리적인 폭력, 폭언들은 당연하고 겉으로만 친한 척하고 뒤에서 내 욕을 하던 사람, 호감을 표시해 놓고 육체적인 관계만 원하고 잠수 타는 등 나를 이용하는 사람,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한 사람, 가스 라이팅, 업신여김까지. 내가 사람에게 상처받은 스토리만 풀어놓아도 책 한 권은 나올 거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은 누구나 겪는 경험일 테다. 그런데 나는 그 상처받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매일 매 순간 반추한다.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되새김질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도 사람에게 상처받으면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내가 좀 과한 면이 있구나. 그래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더 고통받는구나. 꼭 도트 대미지를 받는 게임 캐릭터처럼. 

 

 

최근에도 크게 상처받았다. 물론 상대방은 모를 테고, 안다고 해도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혼자 기대하고 혼자 상처받은 것이라서 누구의 탓을 할 수는 없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였다. 그 사람의 삶의 배역을 하나 따 내고 싶었는데, 상대방은 애초에 배역을 줄 생각도 없었고 그냥 단역 중 비중 적은 단역 정도, 몇 초만 나를 원했던 것이다. 

정말 자주 이런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너무 힘들다. 열 길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방법은 없을까. 혹은 그런 상황이 닥친다 하더라도 나 자신이 아무렇지 않을 방법 말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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