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오면서 이사를 많이 다닌 편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나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물가물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동네들, 그리고 성인이 돼서 내 선택대로 이사를 다니는 요즘까지. 아른거리는 그 순간 그 때 가끔씩 혼자 산책하거나, 낮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옛날에 살았던 집, 그리고 동네들이 아른아른거려요. 연탄을 때던 집에서 살았을 때, 연탄아궁이 속의 연탄이 새빨갛게 올라오던 그 뜨거움. 집 앞에 굴러다니던 연탄재. 그 골목의 옆집 형,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았던 아련한 기억들. 바로 앞에 있던 목욕탕 집 딸과 초등학교 같은 반이 되어 함께 다니던 등하굣길. 야자를 끝내고 꼭 우리 집 앞까지 같이 와 주던 소중한 친구들과 걷던 동네. 그리고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 지내던..